성공한 사람들

부(富)의 피라미드, 맨 꼭대기를 점령한 0.00001% 슈퍼 리치

목련이 필때 2021. 5. 29. 12:10

 

누가 '슈퍼 리치'인가?

 

'슈퍼 리치'는 20세기 경제학자이자 언론인인 페르디난드 룬드버그(Ferdinand Lundberg)가 1968년에 출간한 『부자와 슈퍼 리치 : 돈의 역학 연구(The Rich and the Super-Rich : A Study in the Power of Money Today)』에서 처음 언급한 개념이다.

 

버크셔 헤서웨이

 

오늘날 슈퍼 리치, 나아가 '울트라 리치(ultrarich)'라는 용어까지 심심찮게 언론에 등장하고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사실 슈퍼 리치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는 되어 있지 않다.

 

얼마나 재산이 많아야 '부자' 축에 낄 수 있으며, 또 어느 정도로 부를 쌓아야 '그냥' 부자가 아니라 슈퍼 리치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지, 사전적 또는 학술적으로 약속된 정의는 없다는 얘기다.

 

 

부호, 갑부, 거부, 자산가, 백만장자 등등 부자를 가리키는 단어도 많고, 부자를 정의하는 방법도 많다.

 

가령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주인공이었던 젊은 백화점 재벌 김주원(현빈 분)에게 부자란 '매일매분매초 국내외 통장 잔고가 불어나기 때문에, 자기 통장에 얼마가 들어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미국의 석유 재벌 진 폴 게티(Jean Paul Getty)도 부자에 대해 이와 비슷한 정의를 내렸다.

 

"자신이 가진 돈을 셀 수 있는 부자는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부자 중의 부자를 지칭할 때 많이 통용되는 단어로는 '백만장자(millionaire)'와 '억만장자(billionaire)'를 꼽을 수 있다.

 

실제 사전을 찾아보면 백만장자는 '재산이 아주 많은 큰 부자', 억만장자는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이라 정의되어 있다.

 

특히 두 단어는 단어 자체에 구체적인 부의 기준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부자를 정의하기에 가장 유용하다.

 

백만장자는 100만 달러, 100만 유로, 100만 원과 같이 각 국가 통화단위 별로 100만(million) 이상을 보유한 사람을 뜻한다.

 

이대로 해석하면 백만장자는 통상 미화 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1억 원을 가진 사람들이 되고, 억만장자라고 하면 10억(billion) 달러, 대략 1조 원대의 자산가가 된다.

 

그러나 억만장자는 그렇다 하더라도 최소한 한국이나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 100만 달러(11억 원) 자산가를 부자를 상징하는 '백만장자'라고 부르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을까?

 

 

아무튼 세계 슈퍼 리치의 동향을 추적하는 보고서들이 사용하는 잣대는 백만장자 또는 억만장자다.

 

컨설팅 업체 캡제미니(Capgemini)가 발표하는 「세계 부자 보고서(World Wealth Report)」는 백만장자를 기준으로 삼는다.

 

부동산 등을 제외하고 투자 가능한 금융자산만 100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사람을 '고액 순자산 보유자(HNWI : High Net Worth Individuals)'로 분류한다.

 

HNWI인구는 1,100만 명으로 파악된다(2011년 기준). 전 세계 인구의 대략 0.15%에 해당하는 수치다.

 

 

미국의 경제저널 「포브스(Forbes)」는 상장기업 주식부터 비상장기업 투자 지분, 보유 부동산, 현금성 자산, 심지어 요트나 미술품 같은 고가 수집품까지 망라해 10억 달러 이상의 재산을 가진 거부들을 대상으로 1987년 이래 해마다 '세계 억만장자(The World's Billionaires)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슈퍼 리치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증가하는 추세이나 아직 전 세계 1,226명(2012년 기준)에 불과하다.

 

 

사실 100만 달러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10억 달러는 어지간한 사람들에게는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돈이다.

 

그래도 슈퍼 리치라고 한다면, 보통의 부자를 한참 뛰어넘는 수준이어야 누구라도 동의할 수 있을 터이기에 부자 피라미드의 상층부에서도 가장 꼭대기에 해당하는 억만장자를 기준으로 삼았다.

 

 

세계 경제의 바로미터 슈퍼 리치의 이동

세계 억만장자 동향

- 자료 : 「포브스」

 

 

「포브스」가 처음으로 억만장자 순위를 공표한 1987년 리스트에 오른 슈퍼 리치는 단 14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년 만인 2008년 억만장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그동안 슈퍼 리치의 외형은 엄청 확대되었다.

 

억만장자의 숫자는 1987년 140명에서 2012년 1,226명으로 아홉 배 늘었다.

 

여기에 특기할만한 점은 억만장자들이 보유한 재산 총계는 1987년 2,950억 달러에서 2012년 4조 6,000억 달러로 열여섯 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결국 억만장자들이 더 큰 부자가 되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슈퍼 리치가 양적으로만 성장한 것은 아니다.

 

슈퍼 리치 범주에 속하는 이들의 성격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 방향성은 세계 경제 성장엔진의 이동, 돈의 흐름과도 통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슈퍼 리치가 많은 국가는 미국이다.

 

「포브스」 조사가 시작된 이래 한 해도 빠짐없이 미국은 가장 많은 억만장자를 배출했다.

 

2012년 리스트에 따르면, 미국인 억만장자는 424명으로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업종으로는 금융(77명)과 투자(143명) 분야가 지속적으로 강세다.

 

즉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등이 활동해온 월스트리트가 대표적인 슈퍼 리치의 요람인 셈이다.

 

 

그러나 지난 25년간 억만장자 리스트의 추세를 보면, 일본의 부진과 브릭스(BRICs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도약, 그리고 정보기술(IT) 업종의 부상이 두드러진다.

 

세계 경제 구도의 흐름과 맞아 떨어지는 변화다.

 

1980~1990년대 초반 미국을 뒤따르는 슈퍼 리치의 산실은 일본이었다.

 

「포브스」의 첫 억만장자 리스트(1987년)에 따르면, 140명 중 미국(41명)이 최다를 기록했고, 일본(24명)과 서독(13명)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

 

세계 제1의 부호도 일본 차지였다.

 

1994년까지 츠즈미 요시아키(堤義明, 1934년~) 전 세이부그룹 회장과 모리 타이키치로(森泰吉郎, 1904~1993년) 모리빌딩 창업주가 세계 제1의 부호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나면서 일본의 위세는 수그러들고, 그 자리를 신흥경제대국 러시아(96명)와 중국(95명)이 대체했다.

 

「포브스」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브릭스 국가 출신의 비율은 2006년 10%에 불과했으나, 2010년대 들어서는 20%대로 늘었다

 

그만큼 브릭스에서 새로운 억만장자가 많이 나온 것이다.

 

슈퍼 리치 리스트에 또 다른 변화의 물결은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에서 일었다.

 

IT 벤처기업들이 성공 신화를 쓰면서 재능과 배짱을 밑천 삼아 자수성가한 IT 천재들이 속속 청년 갑부의 대열에 입성했다.

 

야후 공동창업자 제리 양(Jerry Yang)

 

 

 

야후 공동창업자 제리 양(Jerry Yang)과 데이비드 필로(David Filo),

 

 

 

야후 공동창업자 제리 양(Jerry Yang)과 데이비드 필로(David Filo), 그리고 아마존닷컴을 세운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1999년에 「포브스」 억만장자 순위에 뉴페이스로 등장했다.

 

 

 

제프 베조스(Jeff Bezos)

 

 

 

 

 또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과 래리 페이지(Larry Page)는 2004년, 그리고 2008년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에 이어 2011년 더스틴 모스코비츠(Dustin Moskovitz), 에두아르도 세브린(Eduardo Saverin), 숀 파커(Sean Parker) 등이 억만장자에 합류했다.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

 

 

래리 페이지(Larry Page)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더스틴 모스코비츠(Dustin Moskovitz),

 

 

 

에두아르도 세브린(Eduardo Saverin)

 

 

미국 국적의 억만장자 중 IT 업계 출신은 2002년 26명에서 2012년 51명으로 두 배 증가했다.

 

 

초일류 거부를 만든 부자 DNA

슈퍼 리치 중에는 부모 잘 만난 덕에 나면서부터 초특급 삶을 누린 가업승계형도 있고, 온전히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새로운 부를 창출한 자수성가형도 있다.

 

또 타인의 땀과 눈물 위에 부를 쌓아 올린 부호도 있다.

 

부를 축적한 방식과 과정은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주어진 것에 안주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퍼스널컴퓨터(PC) 시대의 도래와 함께 모두가 컴퓨터 하드웨어 분야에서 기회를 잡으려고 안달할 때, 빌 게이츠(William H. Gates)는 독특하게 운영체제(OS)로 눈을 돌렸다.

 

그가 1994년부터 15년 가까이 세계 최고 부호로 군림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현재 세계 최고 부호인 카를로스 슬림(Carlos Slim Helu)은 1980년대 멕시코의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 이후 당시 위기가 일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오히려 헐값에 나온 기업들을 인수함으로써 거대한 부의 발판을 만들었다.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 회장의 명품 제국은 역설적이게도 명품 시장의 대중화를 통해 구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