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람들

쿠팡 뒤이어 쇼핑 앱 2위, 원조 꺾고 질주하는 당근마켓

목련이 필때 2021. 5. 27. 08:16

 

 

 

 

'이웃 간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당근 마켓은 그간 중고 거래 앱에서 볼 수 없었던 거래 방식을 만들어냈다.

  

 

"보트 낚시로 잡은 참돔 팝니다"

 

마치 수산물 직거래 시장을 방불케 하는 이 문장은 놀랍게도 한 중고거래 앱에 올라온 게시글 일부다.

직접 낚은 물고기를 판매하는 글부터 자취방 벌레를 잡아줄 사람을 구하는 글까지. '당근 마켓'에서는 이전의 중고거래 앱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거래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모든 건 지역 주민 간의 거래를 지향하는 당근마켓의 철칙 때문이다.

 

앱 출시 초반에는 '불편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지만, 그 불평에도 당근 마켓은 무서운 기세로 몸집을 불려 나가는 중이다. 전국 거래를 기본으로 삼는 중고거래 서비스의 틀을 깬 청개구리는 과연 누구일까?

내로라하는 IT 업계를 그만두고 '창업'을 선택한 당근마켓의 김재현 공동대표를 만나보았다.

 

                       당근 마켓 김재현 대표

 

 

◇ 쿠팡 뒤이어 인기 쇼핑 앱 자리 등극

 

당근마켓은 동네 이웃과 직거래하는 중고 마켓이다. 

이미 숱한 중고 거래 플랫폼들이 있지만, 그 속에서 당당히 중고거래 앱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쇼핑 앱 카테고리 내에서도 쿠팡의 뒤를 이어 2위에 등극했다.

이제 막 업력 5년 차를 지난 스타트업에서 보기 드문 성공 사례다.

 

“매번 아파트 단지에 쓰레기가 쌓이는 걸 봐왔습니다. 

대체 저 많은 양이 어디로 사라지는 건지 의문이 생겼었죠.

중고거래를 하면 이 의문을 조금은 줄일 수가 있습니다.

새로운 물건은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포장까지 엄청난 양의 자원이 소비된 상태입니다.

반면 중고 거래는 물건의 소유권만 이전함으로써 자원 낭비를 막을 수 있죠.

당근 마켓에서의 거래가 소비자를 넘어 환경에도 따뜻함을 주기를 희망하는 중입니다.”

 

유해성 콘텐츠는 AI 머신러닝 자동화 기술을 통해 자동으로 분류된다.

 

 

Q. 거래 범위가 한정적이다. 동네 거래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역 주민들은 한 번 보고 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거래가 끝난 뒤에도 만남이 이뤄지기 때문에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죠.

그래서 당근 마켓은 다른 중고 거래 앱과 달리 유저들이 설정한 거주지 반경 6km 이내에서만 거래가 가능합니다.

거래 범위를 확장해달라는 유저들의 요구도 많았지만, 앞으로도 이 기준을 고수해나갈 생각입니다.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당근 마켓의 정체성과 같으니까요”

 

소위 말하는 중고 거래 ‘빌런’도 찾기 드물다. 판매자 상세 정보 페이지에 나타나는 ‘매너 온도’라는 평판을 통해 구매자의 후기가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술·담배, 동물 등 판매 금지 물품들은 AI의 필터링을 거쳐 유저에게 노출되지 않는다.

“전체 인력 중 70%가 개발자입니다.

그중 머신러닝 담당만 4명이죠. C2C 마켓은 뭐든 판매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쉬워서, 머신러닝을 이용해 이러한 거래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습니다.”

 

퇴사 후 입학한 숭실대학교 전산학과 대학원에서 씽크리얼스의 공동 창업자들과 만나게 됐다.

 

◇ 동네에서 컴퓨터가 유일했던 집

 

지역 기반 서비스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아이디어는 아니다.

피처폰부터 TV, 스마트폰 앱까지 IT 업계의 흐름에 따라 직장 생활을 달리하며, 자연스레 창업 아이템을 찾아 나갈 수 있었다.

이미 초등학생 시절부터 아버지 어깨너머로 프로그래밍을 배운 얼리어답터였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1987년 택시 운전사였던 아버지께서 두 달 치 월급에 달하는 삼성전자 컴퓨터를 사 오셨습니다.

회사 일로 구매하셨지만, 밤을 새워가면서 게임을 만들 정도로 취미 생활에도 무척 열정적이셨죠.

남들보다 신기술을 일찍 접하면서 저도 모르게 컴퓨터에 스며들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동서울대 정보통신공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네오엠텔’에 입사했다.

피처폰에 들어가는 이미지 압축 설루션을 개발하는 업무였다.

2000년대 초반 막 피처폰이 등장한 시기였기에 네오엠텔은 그 수혜를 그대로 입을 수가 있었다.

“입사 당시 60명이었던 직원들은 어느새 150명으로 늘어나 있었습니다.

저도 성장에 대한 욕구가 치솟았죠. 컴퓨터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꼬박 2년을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는 데 시간을 보냈네요.”

 

김재현 대표가 처음 창업했던 '씽크리얼스'는 배달의 민족과 함께 본 엘젤스파트너스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기도 했다.

 

 

대학원 생활을 마치고 DVB 셋톱박스 회사 ‘토필드’에서 두 번째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TV 사업을 추진하던 네이버에 눈에 띄어 개발자로 스카우트된다.

이때 취미로 만든 쇼핑몰 앱 ‘포켓 스타일’이 창업의 기폭제가 됐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국내 앱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포켓스타일이 앱스토어 랭킹 4위를 기록한 것이다.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미치자 퇴사를 결심하게 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 카카오가 알아본 창업 DNA

 

2009년 네이버에 사표를 내고 대학원 동기 2명과 ‘씽크리얼스’를 창업했다.

각자 거금 300만 원을 모아 1,000만 원으로 시작했으나, 두 달 만에 자금이 동나고 말았다.

창업이 처음이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포켓스타일에 뒤이어 개발한 ‘쿠폰모아’가 대박을 터트렸다.

 

Q. 앱 두 개가 연이어 성공하기 힘들다. 쿠폰모아는 어떤 서비스였나?

 

“포켓스타일이 의류 쇼핑몰을 하나의 앱에 모은 서비스였다면, 쿠폰모아는 소셜 커머스를 한 데 모은 형태였습니다

. 월 매출액 4,000만 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죠.

누적 다운로드 수도 100만 건을 기록하면서 씽크리얼스의 성장을 견인했습니다.

창업 2년이 되었을 때는 2개의 서비스만으로 연 매출액이 15억 정도였네요.”

 

김재현·김용현 공동대표

 

 

◇ 이후 카카오의 인수합병 제의

“업력 2년을 넘어가던 때 카카오에서 인수합병 제안이 왔습니다.

당시 카카오는 카카오스토리, 애니팡을 연달아 성공시킨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좋은 개발자를 채용할 시간이 부족해, 잠재력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개발 인력을 끌어들였습니다.

씽크리얼스 구성원들이 카카오의 자율적인 문화와 잘 맞아 그 부분을 좋게 봐준 것 같습니다.

그렇게 60억 원에 이르는 가치를 인정받고 씽크리얼스 멤버들과 카카오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카카오 플레이스와 게임 플랫폼, 카카오 택시 개발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새로움에 대한 의지가 샘솟았다.

결국 3년간의 카카오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다시 한번 창업에 뛰어들었다.

“카카오 플레이스 프로젝트를 함께했던 김용현 공동대표가 저보다 먼저 퇴사한 상태였습니다.

지역 기반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다는 마음이 통해 의기투합하게 됐죠.”

 

당근 마켓 초창기 당시 김용현·김재현 공동대표와 팀원들의 모습

 

◇ 2년 만에 전 국민이 즐기는 앱으로 성장

 

시작은 ‘판교 장터’부터였다.

판교 직장인들이 중고 물품을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이메일이 있어야만 가입할 수 있었다.

그러자 판교 주민이 관심을 보였다.

니즈를 반영해 전화번호로도 가입할 수 있도록 변경하니 사용자가 갈수록 늘어갔다.

2년 뒤에는 판교에만 머물던 중고 장터가 전국으로 확대되어 ‘당근 마켓’이 되었다.

현재 월간 이용자가 89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중고 플랫폼을 넘어 모바일 앱 시장 내에서도 유의미한 숫자다.

 

월간 업로드되는 중고 물품 판매 게시글만 무려 900만 건으로, 이 중 거래 완료율은 30%에 달한다.

거래가 완료되면 만족도 평가가 진행되는데 불만족 비율은 0.6%에 불과하다.

1,000명이 거래하면 994명은 모두 만족한다는 뜻이다.

월 거래액도 꾸준히 증가해 지난 5월 기준으로 1,800억 원을 달성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비대면 시장이 확대되는 상황 속에서도 여전한 인기다.

 

‘2019 올해를 빛낸 앱·게임’ 시상식에서 대상인 ‘2019 올해의 베스트 앱’ 부문 수상의 영광을 얻었다.

 

 

Q. 직거래는 언택트 시대와 역행하는 사업 구조인데, 오히려 거래 건수가 증가했다.

 

“처음엔 거래가 감소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오히려 늘어나는 수치를 보여주었죠. 동네 거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가벼운 산책을 하듯 마스크를 끼고 서로 만나면 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직거래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덜합니다.

오히려 특정 장소에 물건을 두고 거래하거나, 문고리 거래를 하는 등 유저들이 더 철저하게 예방 수칙을 지키도록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점차 늘어나는 거래액은 수익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수수료가 0원인 덕에 유저들에게는 이득일 수 있으나, 돌아오는 건 수익이 아닌 유저들의 높은 만족도뿐이다.

“아직은 유저를 늘리고 사업을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신 지역 상거래를 연결하면서 점차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봅니다.”

 

2019년 11월 영국 맨체스터, 버밍엄, 사우샘프턴 도시에 당근 마켓 서비스를 론칭했다.

 

 

Q. 그럼 현재 당근 마켓의 매출을 책임지는 서비스는 무엇인가?

 

“지역 광고를 수익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당근 마켓은 가입 단계에서 지역 인증을 거치게 됩니다.

지역 단위로 광고를 진행하고 싶은 소상공인과 개인 사업자에게 최고의 광고 효율을 낼 수 있는 거죠.

보통 아파트 단지 게시판에 광고를 부착하는 데는 40만 원, 전단지 배포를 위해서는 인쇄 비용부터 인건비까지 15만 원 이상의 광고 비용이 듭니다.

 

반면 당근마켓의 지역 광고는 1,000명에게 광고를 노출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 원 정도로, 일반적인 광고에 비해 1/10 가량 저렴한 편입니다.

현재 테스트를 진행 중인 서비스지만, 유저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소문이 나면서 조금씩 사용자가 늘고 있습니다.

단순한 중고 거래 중개를 넘어 지역 밀착형 서비스로 나아가는 게 당근마켓의 목표입니다.”

 

Q. 2번의 창업을 모두 성공시킨 사람으로서, 창업가의 덕목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수평적인 근무 환경을 구축하고, 구성원들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직적인 구조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의견이 개진되면서 구성원 간의 소통이 활발해지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죠.

모든 업무 공간이 열려있다면 기업을 향한 직원들의 신뢰도도 저절로 증가할 것입니다.

이러한 신뢰가 바탕으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게 되고, 저절로 창업가의 리더십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