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살아가는 모습들/은은한 이야기

친정아버지

목련이 필때 2021. 2. 15. 06:15




음력설 아침.. 아들 내외가 출발했다고 카톡으로  문자가 날아와있었다..

전날 밤  블로그 글을  어떻게 운영을 할까.. 카테고리는 무엇을 정할까... 꾸준히  앞으로의 나의 노후생활을 적어야겠다 등등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  늦게 까지 잠을 못 이루었었다.

 

좀 더  침대에 누워있고 싶었으나.. 아침도 못 먹고 출발했을  아들 내외를 생각하니 도착하면  바로 상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어제 준비해두었던  녹두전. 잡채. 나박김치 등 어린 시절부터  명절이 되면 먹었었던  우리 집 메뉴들을 식탁으로 꺼내놓았다.




 




가슴 한편으로는  자식들을 기다리고 계실 아버지가  눈에 선하다... 아닐까? 아버지도  지금의 코로나 사태를 이해하시고   가족들 간에도  만나지 말라고  누누이 방송으로 떠들어대니  그런 사실을 인지하시고  포기하고 계실까?라는  생각에  동생에게 전화를 해본다..

내 생각은...  그래.. 온 나라가 난리이고.. 온세계가  난리인데  다들 만나지 말아야지... 서로  이해들 해주겠지라며  이해도 되지만.. 올해 95세인  친정아버지는  그런 사실들이  마음으로  받아들여지실까?




 




 

누나.. 핸드폰 너머로  동생이 전화를 받는다...

그래? 막내네는 온대니?

아니.. 재수 씨는  안 오고  막냇동생만 온다고 해서  오지 말라고 그랬어..

그러니? 

잘했다.. 온방송이 난리고 온 나라가 난리인데...

근데  아버지는  그게 말이 되냐고?  그러시는걸  내가  설명을 잘했어..

그랬구나.. 그럼  명절 음식도  못 먹었겠네.. 애들 다녀가면  저녁에  음식 좀 싸가지고  건너갈게.




 




 

가슴이 먹먹해진다.. 1년에  한두 번만 다녀 가면 되는 시댁..

코로나가 핑계 일까? 아님  정말  아버지의 비대면이 필수였을까?

딸은 갈 수 있는데.. 며느리는 못 가는 걸까?

서운한 건 없는데  안 가는 게 당연한 건데,,, 나는 왜?  안 가도 된다는 생각이 안 들까?







모든 걸 포기하시는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오로지 운동과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내시는 아버지의 일생.

1.4 후퇴 때 월남하시고 참전하시어  국가유공자로서 지금은  연금으로 노후를 지내신다.

그나마  그 연금 이래도  나오니  얼마나 다행인가....

아버지의 청춘을 바치고 나라를 위해 자진입대를 하셨으니 그 어린 나이에 조국을 위해 모든 걸 던지고 조국에 당신을 바쳤었다.

공부하고 싶어 월남하셨으나  공부 보담  조국이 우선순위였었다.

나는  우리 아버지를 존경한다.

그냥  생각만해도  눈물이 난다.  아버지의 일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