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살아가는 모습들/은은한 이야기

1원을 비웃는자는....

목련이 필때 2021. 2. 10. 10:26

 

은은한 입니다.. 반갑습니다

 

 

 


세상 어느 남편도 돈을 헤프게 쓴다고 아내로부터 잔소리를 듣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도  그 예외는 아닌가 보다. 남과 같이 규칙적인 수입이 없는 나로서야, 직장 친구들 때문에 써야 할 용돈은 없다. 

 

 

 

 

그러나, 내 아내가 아는 양성화된 지출 외에 역시 아내 몰래 낭비한 음성화 된 돈도 꽤 있는 성싶다. 그것도 내 수입에 있어서  양성이다. 음성이다 하고 나눌 성질의 것이 라면이 , 그렇지도 못한 나는 번번이 아내에게 돈을 헤프게 쓴다는 핀잔을 듣곤 한다.

 

 

음성 지출이라는 게  혹  독자에겐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술집의 외상 정도이다. 그것도 1,2만 원이니 대단치는 않다.

 

 

 

 

아내는 이상하리만치 외상이라는 것엔 자존심까지 손상을 입는 듯 신경을 곤두 세우는 것이다. 그것쯤 눈감아도 될 걸 가지고 가계부에 올려놓고 기어이 적자 결산을 내어 보곤 한다.

 

 

이것은 비단 우리 집에 한한 문제가  아니라, 형태야 다르다 할지라도 ,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생활 일면이 아닐까. 우리 부부는 주판조차 필요 없는 간단한 가계부의 적은 액수를  가지고도 밤을 새워 다투기도 한다. 서로 납득이 될 때까지 계속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내가 늘 입버릇처럼 말하듯이 나는 적은 돈에 병적으로 잘다는 것이다. 나는 1원까지도 따지고, 1원 때문에 화가 나고, 또 때론 어떤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이들조차도 1원짜리 코웃음을 칠 정도다.

 

이런 아무 가치도 없는 1원 x십  x 전 ------사실, 1원 짜린 땅에 떨어 저 있어도  줍지 않는다. 그런 1원에 대해서 나는 너무 신경을 쓰는 것 같다. 흔히 1원은 소홀히 취급되고 나 자신도 본의 아니게 그런 행동을 해왔다.





 

1원 미만의 돈을 게 산할 필요가 있는 곳에 우선 은행, 그리고 국제적인 항공회사, 호텔의 환전상 등이  있다. 하루는 비행기표를 사러  KAL에 들렀다. 카운터엔 언제나 친절하고 예쁜 아가씨들이 유니폼을 입고 앉아있다.

나는 동경까지 편 도표를 샀다. 3만 6백83원 32전.....(32,683,32)으로 레 시트를 끊어준다.

 

 

 

 

 

 

내가 표를 받고, 약간 머뭇거리는데, 아가씨는 "감사합니다, 에약이 잘되었어요"하고 생긋 웃어 보인다.적어도 6원, 아니 사사오입 식이라면 7원을 거슬러 받아야 할 텐데,계산은 이미 끝났다는 인사를 받은 것이 아닌가,쫓겨 나오듯 KAL빌딩을 나오며 나는 아내에게 투덜댔다.

왜 1원짜리 달란 말을 못 하느냐고.남자가 1원짜리 가지고 따지느니 여자가 말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의미에서였다.

 

 

 

 

 

그러나 , 아내는 돈을 치른 아빠가 거스름 돈을 확인하고 더 받아야지 내가 무슨 책임 있느냐고 반박이다. 역시 그 말은 옳은 것 같다.

 

 

아무에게도 거저 달란 말을 할 수 없는 1원. 아무 이유도 없이 주지도 않는 1원. 그런데 나는 왜 그 1원짜리 몇 개를 버리고 나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