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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도 양도세 중과?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

목련이 필때 2021. 3. 30. 09:16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3.29/뉴스 1

 
A 씨는 20년 전 부친으로부터 경기도 양평의 1억 원 상당 논(비사업용) 1000㎡를 증여받았다. A 씨가 만약 내년 이후 토지를 매도할 경우 세금이 현재보다 두 배가량 더 늘어난다. 
 
정부가 29일 내놓은 부동산 투기의 근절 대책 때문이다.

정부는 투기 억제를 위해 토지주의 양도소득세 부담을 크게 높였다. 

 

A 씨처럼 비사업용(지목에 맞지 않는 토지 활용) 토지주에게 기본세율(6~45%)에 가산되는 중과율을 10% 포인트에서 20% 포인트로 인상하고, 최대 30%인 장기보유 특별공제 적용도 배제하기로 했다. 
 
세무그룹 온세의 양경섭 세무사의 계산에 따르면, A 씨가 이 대책이 시행되는 내년 1월 1일 전까지 토지를 6억원에 매도해 5억원의 차익을 낸다면, 양도세와 지방소득세 등으로 1억 6318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해를 넘겨 새로운 세율을 적용받으면 세금이 두 배에 가까운 3억 41만원으로 껑충 뛴다.

 

대책 시행 전까지 A씨가 땅을 매도하지 못할 경우 추가되는 세금 부담액이 현재와 비슷한 1억 3722만 원인 것이다. 
 
양경섭 세무사는 "토지 양도 시 기본적으로 지방소득세 부담이 큰데, 양도세가 중과되고 장기보유 특별공제까지 제외된다면 세율은 최대 71.5%까지 늘어날 수 있다.

 

정부가 양도 차익을 거의 다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며 "비사업용 토지 소유자는 올해 안에 매도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토지 양도세율 개편안. 공정사회 반부패 정책협의회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투기 근절 대책의 핵심은 토지 매매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한편 양도세는 더 무겁게 징수하고, 만약 토지 거래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을 경우 부당이득의 최대 5배까지 벌금으로 물리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선 단기 보유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을 주택․입주권 등과 동일하게 20% 포인트로 크게 높였다.

1년 미만 보유 토지의 양도세율은 50%에서 70%로, 1년 이상 2년 미만 보유 토지는 40%에서 60%로 껑충 뛴다. '세금 폭탄' 수준의 세제 강화가 단기적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장기 보유자에 대한 세금까지 높인 것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LH(한국 토지주택공사) 사태를 통해 목적과 다른 농지 사용을 통한 투기 행태가 다수 적발된 탓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비사업용 토지의 양도세율을 인상하고, 장기보유 특별공제 적용도 배제한다. 주택으로 치면 조정대상지역의 2 주택자만큼 양도세를 중과하는 것이다. 하지만 A 씨처럼 수십 년 전부터 토지를 보유한 경우에도 세율 부담이 크게 늘 수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특수 상황에 단순하고 일반적인 해답을 제시했다"며 "과세라는 게 정확한 타깃과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대책의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정부, 부동산 투기 근절대책 발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정부가 3기 신도시 등 택지개발 사업 등을 통해 토지 수용 시 비사업용 토지의 양도소득세 중과 감면 대상을 축소하기로 한 것도 논쟁의 소지가 있다.

기존에는 개인이 보유한 비사업용 토지의 경우 지구 지정일로부터 2년 이전에 취득할 경우 사업용으로 간주해 양도세 중과에서 배제하는 혜택을 줬다. 하지만 이번 대책을 통해 이 기간을 5년까지 늘렸다.
 
정부는 2·4 대책에서 밝힌 신도시 지정 등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는데, 5년 내에 신도시 예정지가 될지 모르고 땅을 매입한 사람도 땅이 수용되는 것은 물론, 양도세 폭탄까지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2·4 대책 발표 이후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재산권 침해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개발 예정지를 중심으로 핀셋 규제를 하면 되는데 개발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토지를 대상으로 규제를 강화했다"며 "이번 대책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토지 규제는 안정세에 접어든 집값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김종필 세무사는 "버틴다고 세금이 줄 가능성이 높지 않아 세금이 강화되기 전 팔려는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 절세 매물이 나온다 해도 대출 규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화 등을 동시에 시행해 토지 거래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 수요가 도심 아파트나 꼬마빌딩 등으로 이동해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