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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배우 박정자.."팔순에 팔순 노인役 약속 지켰죠"

목련이 필때 2021. 3. 28. 23:16

"팔순에 팔순 노인役 약속 지켰죠"

연극 '해롤드와 모드' 주연 맡은 박정자

 

내년이면 연극인생 60년
"매 순간 새로운 걸 해보자 다짐"
연극계 절친 후배.. 윤석화 연출

"8월엔 뮤지컬도 도전"

 

박정자 연극배우, 

영화배우 출생 1942년 3월 12일, 

인천 소속 한국 연극인 복지재단 이사장, 예술의 전당 이사

가족 오빠 박상호

학력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언론영상학과 데뷔 1962년 연극 '페드라'경력 2013.07.~2015.12.

문화융성위원회 위원

 

나이 80세를 기다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가능하다면 아주 천천히, 가장 늦게 만나고 싶은 나이가 아닐까.

올해 팔순을 맞이한 '연극계 거목' 박정자(사진)는 다르다.

그는 80세가 되는 순간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오래전부터 80세에 꼭 하리라고 마음먹었던 연극 '해롤드와 모드(19 그리고 80)' 때문이다.

그가 연기하는 '모드'의 극 중 나이가 80세다.

자살소동을 벌이는 19세 소년 해롤드에게 삶의 의미를 가르치는 유쾌한 할머니다.

그가 꿈꿨던 이 연극이 오는 5월 1일 삼성동 KT&G 상상마당 대치 아트홀에서 개막해 3주간 열린다.

그는 22일 서울 명동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어느덧 팔십이 되어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키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오늘 아침에 눈을 뜨면서 지금까지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왔다"라고 말했다.

극 중 모드에 대해선 "소유한 게 아무것도 없는 무공해 할머니"라며 "모드는 제 삶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자기의 삶에 대해 스스로 선택하는 용기까지 있는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이 연극을 2003년에 처음 시작해 지금까지 대여섯 번 했어요.

 

연출자와 상대역 다 바꿔가면서. 첫 무대에서 결심했죠. 모드의 나이가 될 때까지 공연을 하겠다고."

오래전에 이미 허물없는 후배이자 연극계 동지인 윤석화에게 연출을 요청했다.

간담회 옆자리에 앉은 윤석화는 "10년 전에 선생님 제안을 받고 무심결에 '네'라고 했는데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렀다"며 "제가 전문 연출가가 아니기 때문에 다소 두렵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줄거리가 워낙 좋아서 미니멀하게 시적인 연출을 하고 싶다.

 

배우들 연기가 오롯이 느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실제 팔순이 된 느낌은 어떨까.

"이 나이가 되면 제가 굉장히 성숙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여전히 미성숙한 채로 나이를 먹었더군요. 또 이전과 다를 것 같았는데 다르지 않더군요.

이번 무대가 그 전의 무대보다 더 나으리라고도 자신은 못해요.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욕심은 없어요.

가벼울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팔순 배우의 행복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오는 8월에는 뮤지컬 '빌리 엘리엇'에서 빌리 할머니 역을 맡아 12세 소년과 함께 춤을 추고 노래한다.

 

1962년 이화여대 시절 연극 '페드라'로 데뷔했으니 내년이면 연극 인생 60년이다.

그간 '대머리 여가수' '신의 아그네스' '에쿠우스'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보았다' 등 140편이 넘는 연극에 출연했다.

"청년들에게 인생은 다 어둡기만 하죠. 어떤 일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도 많죠.

극 중에서 모드는 해롤드에게 이렇게 얘기해요. 매일매일 새로운 걸 해보자고.

살아 있는 순간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죠. 살아 있음을 몸으로 언어로 가르칩니다.

 

아니 보여줍니다. 저도 다짐합니다. 매 순간 새로운 걸 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