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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되어가고 있다" 남자배구...박철우 작심발언, 전체에 울리는 경종이다

목련이 필때 2021. 2. 19. 07:24

박철우

 

배구선수

출생:1985년 07월 25일 (만 35세)  

경상북도 구미신체199cm, 91kg, B형

학력 : 명지대학교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소속 : 한국전력 빅스톰 라이트데뷔2004년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입단가

배우자 :신혜인

 

 

 

 

 

"가라앉혔던, 간신히 가라앉혔던 흙탕물 같은 것들이, 모래가 다 가라앉아 있는데 그걸 누가 와서 막대기로 젓는 느낌. 그래서 전 되게 뿌예진 느낌. 진정으로 변하셨고, 사과하셨다면 이런 감정이 남아 있었을까요? 좋은 지도자가 되셨다면 이런 감정이 남아 있을까요?" 

 

 

 

 

작심을 하고 인터뷰실에 들어온 박철우의 말투는 덤덤했다. 격앙되지 않았고, 감정에 호소하는 일도 없었다.

차분하게, 하지만 막힘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을 꺼냈다. 12년 동안 속으로만 곱씹고 다시 삼키길 반복했을 이야기였다.

 

 

 

 

 

 

 

2009년 9월 17일 태릉선수촌,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를 준비하던 박철우는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상렬 당시 코치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상렬 코치는 이 일로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2년 만에 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위원으로 복귀했고, 경기대 감독과 해설위원을 거친 뒤 2020년 KB손해보험 스타즈 사령탑에 올랐다.

 

 

그렇게 박철우는 자신이 가장 강해야 할 공간에서, 자신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긴 사람과 마주해야 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만날 수밖에 없는 이 상황 자체가 부조리였다.

 

박철우는 "그분이 감독이 되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너무 힘들었는데, 경기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정말로,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박철우는 "그래도 참고 조용히 지내고 싶었다"고 했지만, 결국 돌아보고 싶지 않은 기억을 떠올려야 했다.

 

 

최근 배구계 학교폭력 이슈로 이상렬 감독에게도 관련 질문이 들어오면서 이 감독은 '경험자'라는 단어를 써 답변했다.

 

 

 

박철우는 "기사를 보고 나니까 종일 손이 떨리더라. '아, 이건 아니다' 생각이 들었다"고 얘기했다. 박철우 입장에서는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표현도 부족할지 몰랐다.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유명하신 분이었다. 0-2로 지고 있으면 얼굴이 붉어져서 나오는 선수들이 허다했다.

 

 

그게 다 내 친구고, 동기들이었다. 몇 명은 기절한 선수도 있었고, 고막이 나간 선수도 있었다. 근데 그게 과연 한 번의 실수, 한 번의 감정에 의해서였을까. 말이 안 되는 소리인 것 같다.

 

 

 

 

 

 

 

 

 누군가 그러더라. 맞을 짓 했으니까 맞았지. 그럼 모든 맞은 선수들이 맞을 짓을 한 건가. '사랑의 매'도 어느 정도여야 한다. 인터뷰에서 '내가 해봤다' 식으로 말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박철우는 2009년 사건 당시 이상렬 코치에 대한 형사고소를 했다 취하했다.

 

 

 

그는 "그 일이 있었을 때 나도 고소를 취하했고, 정말 반성하고 좋은 분이 되시길 기대했다.

 

 

근데 선수들에게서 '박철우가 아니었으면 넌 처맞았어' 이런 말이 들려오고, 주먹으로 못 때리니 모자로 때렸다. 대학팀에서도 그런 얘기를 하셨고, 불과 몇 년 전에도 들었다"며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정말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 안 좋은 이미지가 될 수도 있고, 어떨지 모르겠지만 정면돌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 선수가 그 얘기를 해주더라. 더 힘들어지면 나한테 힘이 되어주겠다고." 다른 피해 사실들에 대한 시사였다. 박철우는 "나는 아무것도 원한 적이 없다. 사과를 바라지 않는다.

 

 

처벌을 원하지도 않았다. 근데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발언을 하고 싶었던 거다. 정당화가 되는 것처럼, 자신을 포장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못다 한 이야기를 다 하라는 말에 박철우는 "첫째 아이도 이미 이런 일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하며 "더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왔다.

 

 

 

 

 

 

 

 

숨지 않고,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인터뷰를 했다"고 덧붙였다.

 

 

개인과 개인의 이야기인 듯한 이 사무치는 말들은 아직도 폭력이 용인되고, 정당화되는 스포츠계 전체에 대한 경종이었다.

 

 

박철우는 폭로를 하면서도 "제일 미안한 건 순위 경쟁을 하고 있는 KB손해보험 선수들"이라고 말했다. 2009년에도 후배들을 위해, 실상을 알리려고 기자회견을 열었던 박철우였다.

 

 

그때와 지금은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달라져야 한다' 호소한 수많은 목소리가 잊혔다.

 

 

"프로배구가 이런 식으로 오르내리는 것이 싫다"고 말하는 박철우의 애정이, "이번에 뿌리 뽑혀야 한다"고 말하는 박철우의 용기가 이번만큼은 헛되지 않아야 한다.

 

 

 

 

 

 

 




 

‘대표팀 폭력’ 박철우의 분노 “피꺼솟… 사과 필요 없다”

 

 

 

2009년 피멍들게 맞은 사건 떠올라
가해자 이상열 코치 징계 곧 풀려… 작년 KB손해보험 감독까지 맡아
17일엔 학폭 관련 “모두 조심해야” 박, OK금융전 마치고 작심 회견
“요즘 경기장서 마주칠 때마다 간신히 가라앉혔던 것 올라와
더 이상 숨고 싶지 않았다”

 

 

 

 

 

 

 

 

 

“박철우 최고” 프로배구 남자부 한국전력 박철우(3번)가 18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금융그룹과의 경기 중 득점에 성공한 뒤 웜업 존의 팀 동료들로부터 환호를 받고 있다.

 

 

이날 14득점으로 팀의 3-1 승리를 도운 박철우는 인터뷰실에서 2009년 아시아선수권대회 남자배구 대표팀 시절 자신을 폭행했던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당시 대표팀 코치)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더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더 이상 숨고 싶지 않습니다.”



프로배구 남자부 한국전력 박철우(36)는 팀이 18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V리그 OK금융그룹과의 경기에서 3-1(20-25, 25-21, 25-15, 25-19)로 이긴 뒤 인터뷰실을 찾았다.

 

박철우는 작심한 듯 2009년 아시아선수권대회 남자배구 대표팀 시절 자신을 폭행했던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55·당시 대표팀 코치)에 대해 여전히 남아 있는 트라우마를 고백했다.



경기에 앞서 박철우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정말… 피꺼솟이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라는 글을 남겼다.

 

박철우는 이 스물네 글자를 제외하면 어떤 말도 덧붙이지 않았지만 이 감독을 향해 쓴 글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경기가 끝나면 이긴 팀 수훈 선수가 인터뷰실을 찾는 게 관례다.

 

 

 

 

 

 

 

 

박철우는 “오늘 꼭 이겨서 이 자리에 오고 싶었다. 마치 이런 상황이 예견됐던 것만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분께서 감독이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황당했다.

 

경기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간신히 (마음속에) 가라앉혔던 모래알 같은 것들이 다시 올라오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 나 스스로가 뿌옇게 변하는 느낌”이라며 “참고 조용히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기사를 보고 나니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다. 하루 종일 손이 떨렸다”고 말했다.

 

 

 

 

 

 

 

한국전력 박철우가 1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박철우가 언급한 ‘기사’는 이 감독이 전날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경기 전 ‘최근 배구계의 학교폭력(학폭) 파문에 대해 할 말 있느냐’는 질문에 대답한 언론 보도 내용이었다.

 

이 감독은 “나는 (가해) 경험자이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있다”며 “인과응보라는 게 있더라. 나 역시 우리 선수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철우에게는 이 감독의 이 같은 대답이 잊고 싶었던 과거의 상처를 들추는 방아쇠 역할을 한 셈이다.

 

 

게다가 이번 박철우의 작심 발언은 최근 배구계를 강타한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 등이 일으킨 학폭 파문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2009년 9월 폭행당한 뒤 기자회견에 나선 박철우의 얼굴에 상처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 감독이 경험자라고 언급한 것은 과거 폭행 가해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피해 당사자가 박철우였다.

 

 

2009년 9월 아시아선수권 출전을 앞둔 배구 대표팀에서 이 감독은 태릉선수촌 합숙훈련 도중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수였던 박철우를 피멍이 들도록 얼굴과 복부를 때렸다.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박철우는 다음 날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대한배구협회가 이 감독에게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고, 대한체육회는 협회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태릉선수촌장 명의로 형사 고발까지 진행했다.

 

 

박철우는 “나는 고소를 취하했고, 그분이 정말로 반성하고 좋은 분이 되기를 바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 감독은 2년 만에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위원 자격으로 코트에 돌아왔다.

재기 기회를 줘야 한다는 배구인들의 요청이 있었다는 게 KOVO 측 설명이었다.

 

 

배구협회 징계가 1년도 안 돼 풀리면서 이 감독은 2012년부터 모교인 경기대 지휘봉을 잡았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KB손해보험 감독을 맡아 프로배구 코트로 돌아왔다.

 

 

폭행 사건 당시 그는 KB손해보험 전신인 LIG 코치였다.

 

 

 

 

 

 

 

박철우는 팀 동료들과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손해보험 선수들에게 제일 미안하다고 전제하면서 아픈 상처를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대학(경기대) 감독이 된 이후에도 ‘너는 철우만 아니면 지금 처맞았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주먹으로 못 때리니까 모자 등으로 겁을 준다’는 이야기도 계속 들렸다.

 

” 그러면서 그는 이 감독의 고교 지도자 시절 선수 폭행 사례까지 폭로했다.

 

 

“우리 때만 해도 ‘사랑의 매’를 용인하는 분위기였다. 우리 또래 중 부모님 앞에서 안 맞아본 선수가 없을 거다. 그러나 사랑의 매도 정도가 있다.

 

 

그분처럼 학생을 기절시키고 고막을 터뜨리는 건 정도를 넘어선 일이라고 본다.”

 

 

 

 

 

 

 

그는 “그런데도 인터뷰에서 마치 ‘내가 한 번 해봤다’는 식으로 한순간의 감정을 못 이겨 실수를 한 것처럼 말하는 걸 보고 참을 수가 없었다”며 “이번에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면 돌파하고 싶어 이 자리에 왔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내 이미지도 나빠질지 모르고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며 “나는 그분의 처벌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다.

 

 

그저 한국 배구가 한참 잘못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 감독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과하고 싶다.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철우는 “이미 11년이 지난 일이다. 사과를 받고 싶지도 굳이 그분을 보고 싶지도 않다”고 선을 그었다.

 

 

 

 

 

 

 

 

 

감독의 선수 폭행 사례는 과거에 더 있었습니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2005년 LG화재 감독 시절 선수들에게 기합을 주고 2명을 폭행한 사실이 네티즌 제보로 드러나 6개월 자격정지를 받았습니다.

 

 

문용관 KOVO 경기운영 실장도 같은 해 대한항공 감독 시절 선수를 때린 사실이 알려져 3개월 자격정지를 받았습니다.

 

 

학폭 문제가 불거진 지금은 폭력의 고리를 완전히 끊기 위해 더 높은 징계가 내려져야 한다는 요구가 높습니다.